김영언 변호사 이민법칼럼 1
유승준의 입국거절
길지않은 역사의 한국법학제도중에 여러나라에서 수용을 위해 연구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헌법재판소를 통한 헌법소원제도입니다. 법원을 통한 재판절차가 아니더라도 개별국민이 국가권력의 행사나 불행사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에 침해를 받고 있음을 입증하면 시정조치를 받을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대법원조직과는 별개로 존재하며 80년대 민주화운동의 결과물입니다. 이 제도가 지난 25년동안 매우 활발히 활용되었고 선진국에서도 이를 스터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6월 17일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워싱턴DC지역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전종준 변호사의 아들 벤자민(23세)이 선천적복수국적제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본안을 심사하여 기각하지도 않고 아예 청구기간이 지났다며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벤자민은 지난 3월 본인이 다니는 아메리칸대학의 자매학교인 연세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입학허가를 받았습니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들어가기 위해 비자를 받으려던 중 아버지가 본인을 한국에 출생신고하지 않았고 18세에 국적이탈을 신고하지 않는 것 때문에 뜻밖의 불편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미국여권으로 들어갈수도 없고 국적이탈이 되지 않으니 한국에 들어가려면 한국여권을 사용해야 하는데, 한국여권을 받으려면 그 전제로 출생신고해야 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행정처리에 수개월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예컨대 한국에 취업이 결정된 재미교포자녀들은 필요한 시기에 한국여권을 받을수 없어 고용결정이 취소되었다는 사례가 최근 종종 보도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부터 자녀들을 미국인으로서 미국에 살게 하려고 한국에의 신고를 방치하였다가 훗날 필요하게 되어 미국인자격으로 한국에 들어가려니 그럴수가 없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현행 대한민국 국적법은 남성 복수국적자들의 경우 만18세가 되어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내에는 자유롭게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그 이후부터는 병역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한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복잡한 규정은 기본적으로는 한국에 거주하지만 원정출산으로 미국국적도 가지고 있는 자녀들의 병역기피를 막기위한 고육책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 헌재결정이 난뒤 한국의 온라인포탈에는 변호사이면서 그러한 조항을 몰랐을리 없다며 전변호사와 일반적인 재외교포들의 이중적행태를 비판하는 글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내고 공군에서 3년이 넘게 군복무를 한 필자 역시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면서 필요하면 한국의 혜택을 거의 제약없이 누리는 재미교포들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인 평가가 심정적으로는 이해됩니다. 유사한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각하결정이 아니라 본안을 심사한뒤 기각시킨 판결문을 읽어보니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이기도 한 헌법재판관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도 일반의 감정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이번건을 보면서 경우는 다르지만 한국에서 병역이행을 약속하며 좋은 이미지로 활동하던 가수 유승준씨가 미국시민권을 후천적으로 취득하여 아직까지도 병무청으로부터 입국거절되는 사례가 떠오릅니다. 그사건이 재미교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강화하는데 영향을 미쳤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반대로 벤자민 같은 경험을 한 한인 이민 2세들은 한국에 대한 소속감을 접고 미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할 확률이 많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그들에게는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5천만명의 한국인과 미국에만도 200만명이나 되는 동포사이에 갈등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사실 군의 현대화로 인해 병력은 오히려 남는 처지에 있는데, 외국서 한국부모님 밑에 태어나 복수국적을 가지게된 영어권의 젊은이들이 모두 한국군에 지원하여 복무케 한다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세계의 여러나라가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서라도 국가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부러 찾지 않아도 국제언어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의 2세, 3세 한인동포 자녀들이 넘쳐납니다. 이들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자는 것은 순진한 여유일까요. 한국국민과 해외한민족을 화해시킬 단초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걸까요.
김영언 변호사 (법무법인 미래) 847-297-0009
※ 위의 게시물은 2013년 7월 28일자로 중앙 일보에 기고된 칼럼입니다.
칼럼에 언급된 관련 법안이나 규정은 추후 개정 되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