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미래의 유광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난 6월 22일부로 트럼프 행정부는 H-1B, H-2B, J-1, L 비자를 포함한 work visa의 발급을 2020년 말까지 잠정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시행중에 있습니다. 이에 해외에 소재한 미국 영사관 또는 대사관을 통한 해당 비자의 발급이 전면 중단된 상태인데요.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내 고용시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외국에서 노동자들이 유입될 경우, 자국민의 일자리가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1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연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이 본 행정명령의 시행을 중지시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결정을 내린 판사 Jeffrey White은 판결문에서 지난 6월 트럼프 행정명령이 대통령의 권한 밖임을 명시하였는데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취업비자 신청자들, 그리고 이들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기업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을 마냥 기뻐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먼저 White 판사는 본 판결의 적용을 모든 취업비자 신청자와 미국내 기업이 아닌, 원고측이 대변하는 기업들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립니다. 참고로 본 소송의 원고는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U.S. Chamber of Commerce, National Retail Federation, TechNet등 4곳의 단체로서, 이들 단체에 가입된 기업들은 대략 수십만 개로 추정됩니다.
둘 째로, 본 소송의 피고측인 미 행정부의 항소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과연 이번 1심 판결이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될지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판결의 적용이 원고측의 기업들에게만 한정되기에, 비자발급을 담당하는 일선의 영사들은 앞으로 비자 신청자의 스폰서 회사가 본 판결의 원고측이 대리하는 기업인지부터 먼저 확인이 필요하겠는데요. 이처럼 비자발급에 전에 없던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노파심 역시 듭니다. 마지막으로, 항소심(그리고 대법원 판결) 결정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연 이번 판결이 해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비자 스폰서로서 얼마만큼의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될지도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지일관 반이민정책 일변도를 향해 달려온 트럼프 행정부를 일시적이나마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제동을 걸어 주는 것에 큰 안도가 됩니다. 얼마전 타개한 연방대법관 Ginsburg의 후임 임명을 굳이 대통령 선거 이전에 강행하겠다고 밀어부치는 트럼프 대통령… 그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자가 보수색채가 짙은 사람이라는 뉴스가 이곳 저곳에서 들립니다. 어떤 이가 후임 대법관이 되든 새로 임명될 분은 본인의 정치성향이 아닌, 오로지 양심과 법에 따른 사법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