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를 직접 현장에서 겪으며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미래 뉴저지 사무실의 유광호입니다. 오늘은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한 한국분들의 대규모 구금 사태를 다루고자 합니다. 사건 발생 직후 저는 고객사의 요청으로 현지의 구금시설 두 곳을 오가며 대응하였고, 구금된 고객사 임직원 분들을 직접 면회하고 관계자분들의 의견을 청취하였습니다. 다양한 언론 보도를 접하며, 제 나름대로는 객관적 시각에서 이번 사건을 짚어보고, 향후 바람직한 대응책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구금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B-1(Temporary Business Visitor)비자 또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ESTA를 통해 입국한 상태였습니다. B-1비자와 ESTA는 몇몇 “제한적인 상용 목적”의 미국내 체류를 허용하는데, 피구금자들의 경우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법인의 조지아 사업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업무 지원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분들이 겪은 이번 “봉변”의 이면에는, 그동안 미 당국이 관행적으로 B1/ESTA 소지자들의 미국내 다양한 영업활동을 묵인해왔던 점과 더불어, 시의적절한 인력 파견과 수급이 절실했던 쪽에서 이러한 관행을 당연시 여긴 측면도 없지 않겠습니다. 물론 3개월 혹은 6개월 정도의 초 단기간 동안 미국내에서의 포괄적 영업활동을 가능케하는 대체 비자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 또 E2나 L1같은 주재원 비자는 선택지가 될 수 없었던 많은 한국 회사들에게 있어, B-1/ESTA는 궁여지책이었을 것입니다.
미국무부의 공식 지침서인 Foreign Affairs Manual (FAM)에 따르면 B-1비자의 경우, 빌딩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이루어지는 “hands-on work” 즉, 직접적인 노동력 투입을 원천적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건설 현장이라 하더라도 관리·감독직, 또는 설치·보수 관련 교육이나 자문 역할인 경우, B-1소지자에게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미국 이민국인 USCIS의 policy manual에도 명시된 내용입니다.
한편ESTA의 경우 B-1비자보다 더욱 제한적인 비즈니스 활동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ESTA 소지자의 경우, 컨퍼런스·세미나 참석, 계약협상, 또는 단순한 교육 참관 등이 가능하지만, B-1비자에서 허용되는 제한적인 감독·자문 역할조차 금지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Totality of the Circumstances
불법 노동 사실 여부를 떠나, ICE에 의해 3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의 체포/이송 과정 자체가 대단히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이었다는 점이 많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구금되어 참담한 시간을 보낸 분들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이민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수백명의 한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포와 이송, 구금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그 나름의 원칙이 필요했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실제로 당시 급습 현장 때 E2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던 한국분들의 경우, 체포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반면 B-1비자를 지녔던 한국분들의 경우, B-1 비자에서 허용된 감독직, 또는 기술 이전/자문역을 수행하고 있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구금 되었고요.
저는 ICE가 “totality of the circumstances”라는 잣대, 다시말해 파견 나온 한국인들의 숫자, 건설 작업장의 특성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B-1/ESTA 소지자들을 일괄적으로 체포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백명이 넘는 무더기 체포/구금 과정에서 있어, 개개인의 업무가 과연 감독·관리직이었는지, 기술이전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준이 애초에 없었을 테고요.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과속금지 위반으로 딱지를 받는 것과 같이 명확히 구분지을 수 있는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변호사로서 더 많이 접하는 요즘입니다. 미국 연방이민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이민법은 immigration policy, 즉 이민정책과 지침서라는 도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일종의 생물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차제에는 현지에 파견되는 근로자 개개인이 해당 비자에서 허용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데 있어 문제가 없도록, 관련 지침서 마련과 현지 사업장에서의 적절한 장치마련이 급선무라 생각됩니다. 다행히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가 신설될 수 있도록 미국측과 협의중이라고 하니, 좀 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스릴러물 영화에서나 나올법 한 공포를 겪으신, 많은 분들과 제 고객사 임직원분들께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무법인 미래 뉴저지 사무실에서,
유광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