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신청업무를 변호사로서 도와드리면서 한국분들이 파산이란 말을 들으면 대개 드라마에서 본 것같은 상당히 거북한 장면을 떠올리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파산신청서를 법원에 내면 우락부락하게 생긴 낯선 사람들이 예고도 없이 집에 찾아와 식구들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린다든지 가재도구들을 가져가고 빨간 딱지를 붙이는 상황을 떠올리시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그와는 정반대로 파산신청한 사람에게 유리한 일들이 생깁니다.
파산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7장파산이든지 13장파산이든지 바로 채무자는 모든 채권자의 일체의 빚독촉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를 “Automatic Stay”라고 합니다. 많은 경우 파산신청을 고려하는 경우는, 채권자들과 그들이 채권추심을 의뢰한 콜렉션 회사로부터 거의 매일 독촉에 시달리고 있기가 쉽상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파산제도의 처음이면서 매우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산신청서에 따라 채권자들의 연락처를 받은 법원은 즉시 이를 채권자들에게 대신하여 알립니다. 연락받은 채권자들이 돈을 받기 위해 법원의 허가 없이 채무자에게 연락하거나 기타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이러한 독촉금지는 더이상 채무자에게 책임재산이 없음이 확인될 때까지 또는 파산절차가 종료될때까지 지속됩니다.
파산법 362조 a 항에 의해 채무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파산신청 전에 채무자를 상대로 제기된 일체의 소송절차가 정지됩니다. 새롭게 제기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2) 채무자가 소유한 재산을 상대로 제기된 판결의 집행도 일절 정지됩니다. (3) 채권자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채무자의 일체의 재산을 빼앗거나 담보를 잡거나 상계할 수 없습니다. (4) 일반 민사법원은 물론 세금관련 법원 절차도 정지됩니다. 다만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이러한 automatic stay 가 적용되지 않는 일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채무자를 상대로 한 형사절차는 정지되지 않습니다. 채무자는 파산신청중에도 이혼에 따른 부양비는 계속 지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IRS 의 세금감사는 파산과 관련없이 진행됩니다.
파산을 신청하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채무자의 재산은 더이상 본인의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Estate”라 하여 법원의 관리 가운데 있게 됩니다. 이 estate 라는 개념을 통해 파산법원은 파신신청이 접수된 이후 재산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산에 의해 법원이 관리하는 재산은 파산신청시점을 기준으로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법적인 재산 뿐만이 아닙니다. 파산신청후 180일 동안 채무자가 합의금으로 또는 이혼에 따른 위자료나 양육비로, 그리고 생명보험금이나 유언에 의해 받게 되는 모든 재산이 모두 이 관리재산에 포함되게 되어 있습니다.
채무자는 파산신청시를 기점으로 개인의 모든 재산과 빚을 사실대로 작성하여 보고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를 정확히 하지 않은 것이 법원에 의해 밝혀진 경우 파산승인이 거절되거나 심한 경우는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파산신청을 하게 되는 경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포기하고 그보다 더 많은 빚을 모두 탕감받게 되는 것이 대원칙이지만, 모든 재산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파산제도가 새로운 출발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생활에 필수적인 일부 재산에 대해서 연방법이나 주법에서 파산후에도 계속 소지할 수 있는 재산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파산신청에도 불구하고 갚아야 하는 채무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주에 계속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