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미 이민자 여러분에게 기본상식으로 잘 알려진 개념이지만, 아직도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꽤 많은 이민법의 가장 중요한 용어 하나에 대해 다시한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 무지가 미국에서의 체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비자(Visa)라는 용어입니다. 오늘도 고객 한분이 이와 같은 질문을 합니다. ‘학생비자로 입국했는데, E-2 비자를 받을 수 있나요?’ 물론 전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이 질문 자체가 개념상 맞느냐는 것입니다. 질문자의 취지를 모르지는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비자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체류신분만을 변경할 수 있을 뿐, 비자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비자발급업무는 전적으로 해외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소관입니다. 비자와 체류신분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비자는 미국에 입국할 때 이민국심사관에게 보여주는 여권에 찍힌 스탬프이고, 체류신분은 비자를 보여주고 입국심사를 통과할 때 받는 출입국증서(I-94)에 찍힌 신분을 말합니다. 물론 최근에는 종이에 직접 찍어주지 않고 온라인상으로 증서를 뽑을수 있도록 되어 있긴 하지만요. 어쨌든 결론적으로 미국 입국을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고, 입국한 다음부터는 비자가 아닌 체류신분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컨대 학생비자로 입국한 위 고객의 경우 현재 학생체류신분으로 있는 것이며 투자로 인해 E-2 체류신분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신분변경은 구체적으로는 바뀐 신분과 기간을 적은 새로운 I-94를 받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체류하던 E-2 신분자가 E-2 비자를 얻는 때는, 한국에 여행 등으로 나간 뒤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비자인터뷰를 통과하는 순간입니다. 미국에서 바뀐 신분에 해당하는 투자비자가 없이 예전의 학생비자로 미국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체류신분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신분의 유효기간이 출입국증서(I-94) 에 적혀 있으니 그 때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 신분의 취지에 맞는 행위를 하는 한에서만 체류신분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I-94상의 체류기간을 넘지 않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불법체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씨가 한국에서 5년짜리 E-2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올 때 심사관이 I-94상에 체류기간을 2년 적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비즈니스가 심각하게 어려워져 6개월만에 사업체를 매각한 뒤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길동씨의 체류신분은 어떻게 될까요. 비자가 5년짜리이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신분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비자의 유효기간이라는 것은 해외여행을 해도 그 기간동안에는 또 다시 미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만 있을 뿐입니다. 2년짜리 출입국증서를 받았으니 앞으로 1년반은 신분에 문제가 없을까요. 불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투자자신분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 유지되는 신분이므로 현재 홍길동씨는 비록 비자과 체류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체류(Out of Status)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예컨대 학생비자신분(F-1)도 마찬가지입니다. I-20날짜를 연속해서 유지해야 하고 풀타임학업을 계속하여 SEVIS 시스템에 이름이 누락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E-2 신분자가 비즈니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민국이 바로 알아챌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2년의 신분이 종료하기전 한국에 돌아가지 않는 한 연장이나 변경신청을 이민국에 접수해야 하는데, 그 2년동안의 택스 서류등이 들어가야 하므로 사실상 방법이 없게 됩니다.
지난주일 저희 교회에 제가 좋아하는 부목사님 한분이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5년짜리 종교비자를 가지고 있는데 미국에 들어올 때 받은 R-1 신분 I-94 가 2년정도 지난 올해말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전혀 의심의 여지없이 연장신청은 비자가 끝나는 3년후에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계시더군요. 실은 목사님과 같은 분들이 아직도 많을까 싶어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 방문비자가 10년짜리니까 I-94 에 적힌 6개월과 상관없이 현재 5년째 방문자 신분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믿고 지내고 계신 분은 없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