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많은 한국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해마다 대학입시에서 각대학의 최고커트라인은 의대와 함께 법대의 합격점수입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실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어린 학생들이 법대에 지원하게 되는 동기는 무엇일까요. 순진하고 착한 학생이라면 막연하기는 해도 사회정의를 위해서라거나 약자를 도와줄 수 있어서라고 대답할지 모릅니다. 조금 일찍 세상에 눈을 뜬 친구라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라고 솔직하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법대진학은 학생본인의 의지보다도 부모님의 권유에 의한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 대학동기들 여럿이 그러했고 사실 저 역시 회사원이었던 아버지가 하고 싶으셨던 일이 법조인이란 얘기를 어릴 적부터 들으면서 자연스레 법대를 꿈꾸게 된 것 같습니다. 세뇌된 거죠.
한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만 했습니다. 최근에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늘어났다고 해도 한해 새롭게 변호사가 되는 숫자는 전국적으로 1,500명에 불과합니다. 그 전에는 지난 1980~90년대 내내 300명 정도였고, 전두환 대통령시절 이전에는 해마다 수십명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사법시험을 보던 합격자 300명 시절에 전국에서 해마다 사시 1차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이 2만명이 조금 넘었으니까 합격률이 한 70대 1 정도 했었던 것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조선시대 최고시험인 과거시험의 급제자 수가 33명이었는데 이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해방이후에 한동안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30여명으로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지방에서 사시에 합격하면 군수까지 집에 찾아와 축하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인생역전의 대표적 케이스가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일 것입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요. 그가 만약 사법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다면 과연 정치입문조차 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사람들의 변호사에 대한 선호는 주변의 이런 경험들이 축적된 산물이 아닐까 합니다.
미국은 변호사되기가 한국보다는 쉽습니다. 로스쿨을 입학하기는 물론 여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일단 학교 수가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졸업과 함께 해마다 두번 정도 열리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몇 주를 제외하면 적어도 60퍼센트는 넘습니다. 수치로 말씀드리자면 미국은 약 3억 인구중에 총 변호사숫자가 2015년 통계로 115만명입니다. 인구 265명 중 한명이 변호사로서 전세계에서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인구 약 5천만명에 2008년 통계로 변호사가 1만명이 조금 넘었고 최근에는 그 숫자가 2만명 정도가 되어 과잉공급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인구 5,000명당 한명, 지금 늘어났어도 2,500명 당 한명이 변호사란 얘기입니다. 비율로 말하자면 미국이 과거 20배였고 지금은 10배 정도 변호사비율이 높습니다. 물론 단순비교가 의미없음은 독자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국에서 법무사나 세무사 등이 수행하는 일들을 미국에서는 모두 변호사사 담당합니다.
한인1세 고객분들에게 자녀의 직업을 물어보면 변호사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출석하는 한인교회의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장래 꿈을 물었더니 변호사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아이들의 장래희망에 변호사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가 제가 10대에 그러했듯이 한인부모님의 영향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어려운 이민생활에 변호사란 직업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을 것이고, 더구나 미국은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도 행시나 외시가 아닌 변호사자격증이 필요한 사회이니까요.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경제적안정과 사회적인정 이 두가지가 보장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온갖 부정적인 조크의 대표적인 표적이 되긴 하지만, 변호사란 직업은 그래도 노력하기에 따라 성취의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들도 자녀들을 세뇌시키고 있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