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치과의사 한 분이 제게 고용계약서 검토를 의뢰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느 개인 병원에서 paid doctor로 근무를 하기로 병원 측과 구두상 합의가 되었는데, 고용계약서에 나온 계약 조항들이 자신에게 불리하지는 않은지, 또 수정할 내용은 없는지 자문을 구하셨던 것인데요.
대개의 경우, 고용계약서라는 것이 고용주가 제시하는 문서이다 보니, 계약 조항들이 고용주에게 유리하게끔 작성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클라이언트가 제게 건넨 고용계약서는 Non-Compete Clause라 불리는 경쟁금지조항에 유독 신경이 쓰였는데요. 내용인 즉, 고용 기간 만료 후 24개월 동안 고용주의 사업장 반경 50마일 내에 위치한 다른 치과에서 일한다거나 새로운 치과를 개업하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거주하는 지역과 업종을 고려했을 때, “반경 50마일”은 과도하게 employee의 권리를 제한한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같은 저의 우려를 의뢰인에게 조언 드렸고, 이후 의뢰인이 병원 측과 잘 협의를 거쳐, 반경 50마일이 아닌 5마일로 수정된 계약서에 서명을 하시게끔 도와 드렸습니다.
경쟁금지조항에서 제한하는 요소는 크게 기간과 지역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둘 가운데, 지역 제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이슈를 종종 보곤 하는데요.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업종별로 없을 뿐 아니라 법규로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 법원은 동종 업계의 과거 판례를 참고하게 됩니다.
혹자들은 궁금하실 수도 있겠다 생각됩니다. 설령 고용계약서의 경쟁금지조항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작성되었다 한들, 그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서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면 법적으로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사실 미국의 Contract law는 계약상의 당사자들이 자유롭게 협상하여 도출한 계약서를 관여하지 않는 것을 대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예외가 있는데, employer-employee 사이의 고용계약서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employee가 본인의 자유의지로 서명을 했다 하더라도, 고용계약서가 employee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범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해당 문서의 계약법상 구속력 (Enforceability)을 무효로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경쟁금지조항은 꼭 고용계약서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즈니스 매매계약서(Purchase and Sale Agreement)에서도 종종 쓰이곤 하는데요. 누군가 제게 중국음식점을 팔고 한 블럭 건너편에 짜장면 가게를 새로 연다면… 당연히 안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