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는 나이에 매우 민감합니다. 상대가 단 한 살이라도 차이나면 선배, 후배 내지 형, 동생하며 부르는 호칭이 따라다니기 마련이지만, 서로 친구로는 간주하지 않습니다.
바로 얼마전 일입니다. 증인석에 앉은 저의 고객이며 사건의 피고인 홍길동씨에게 상대방 변호사가 심문을 하면서 “미국서부에 친구가 있지 않으십니까?”라고 질문하였습니다. 홍씨는 매우 단호하게 “전 미국에 친구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상대방 변호사가 “하지만 xxx라는 친구가 있지 않으십니까?”라고 질문하자, 홍씨는 “아… xxx는 저의 학교 후배이지 친구가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나이가 같아야지만 친구로 여기는 한국문화에 익숙한 홍씨의 대답이 혹시 판사에게는 마치 상대방 변호사의 질문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해서 걱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번은 저보다 약 10살 정도 나이가 많은 친한 미국 변호사를 한 모임에서 한국분에게 “제 친구 아무개 변호사 입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소개받은 분은 저에게 “아니 두 분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까? 이분이 훨씬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라며 놀란 얼굴로 저에게 되물어 오시더군요.
이와 같이 나이에 큰 비중을 두며 만나는 사람들을 위아래로 선후를 따지는 문화이다 보니 한국사람들은 자연히 처음 만나면 상대방의 나이부터 큰 관심을 갖고 알기를 원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국문화에서는 서로의 나이를 묻는 것이 전혀 실례가 되거나 이상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10살 20살이 위라도 이름을 마구 부르며 “당신(You)”이라고 부르는 버릇없는(?) 미국문화보다, 한살이라도 위면 윗사람으로서 존중하는 우리의 유교문화가 아름다운 문화임에 틀림없지만, 문제는 이런 문화로 인해 미국내 대형사업상이나 직장에서 큰 오해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ABC라는 한국 회사는 약 1년 전에 미국인이었던 해고직원으로부터 본인의 나이 때문에 직장에서 차별대우를 받았다는 노동소송을 당하였습니다. 이유인즉슨 새로 부임되어 한국에서 온 그의 상사가 그의 나이를 물었을 때 나이를 대답하자, My “old” friend 라고 그를 호칭하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회사는 얼마전 역시 해고된 미국인 직원이 IDHR (Illinois Department of Human Rights) 에 본인이 나이 때문에 해고를 당하였다며 청원을 받았습니다. 그가 이유를 들길, 본인이 고용 되었을 때 다른 직원들에게 한국인 사장이 “우리 회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을 소개합니다.” 라고 본인을 소개하였다는 것입니다.

두 경우 다 해고의 실제이유는 그들의 불성실한 업무태도 내지는 그들의 무능함이었지 그들의 고령의 나이가 아니었지만, 한국정서를 가진 상사들의 전혀 악의 없는, 실은 반대로 그들의 나이에 대한 배려로 했던 표현들이 어처구니없는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주는 한국사람이 나이에 대해 가진 문화적인 차이때문에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상대의 피부색 때문에 선입견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색맹(Color Blind)”이 되는 것을 권장하듯이, 우리는 더 나아가서 “나이 장님(Age Blind)” 이 되도록 억지로라도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