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어의 핫 포테이토(hot potato)를 직역한 것입니다. 오븐에서 갓 구운 뜨거운 감자를 자칫 손으로 집거나 하면 데기 십상입니다. 아니면 겉에는 식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는 감자를 한입 덥석 베어 물기라도 하면 목구멍이 너무 뜨거워 뱉을 수도 그냥 삼킬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에 빠지고 맙니다.
'뜨거운 감자'라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즉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감자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여서 해결은 해야 하는데, 사안이 민감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묘한 문제를 가리킵니다. 이민법의 이슈중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불법체류자 구제논의요, 또 하나는 오늘의 주제인 종교이민에 대한 방향설정입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에 목숨을 걸고 대서양을 건넌 기독교인들에 의해 건국된 나라입니다. 첫이민자가 종교이민인 셈입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종교인에게 관대한 이민정책을 지켜왔습니다. 실제로 다른 취업이민에 비해 노동승인을 밟을 필요가 없이, 동일 교단에서 2년이상 근무한 성직자 및 비성직자는 큰 기다림 없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같은 오랜 전통이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2007년 6월에 발표된 사기적인 종교이민 케이스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작위 추출된 220개의 종교이민 청원서 중 72개가 거짓으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려 3분의 1입니다.
최근 이민국은 종교비자를 포함한 모든 종교기관의 청원서류에 대해서 거의 예외 없이 현장을 방문하여 꼼꼼한 심사 후에 승인을 해주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3개월 정도면 가능하던 비자신청이 최소한 6개월 이상으로, 1년정도면 종결되었던 종교이민도 수년씩 기다리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교비자 및 이민 청원서를 제출할 때에는 이민국 심사관의 현장 방문을 염두에 두고 제출 서류를 사실대로 작성해야 하며 심사관이 요청할 수 있는 서류들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하는 미국정부에게 종교이민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민시스템을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국토안보부는 종교이민의 절차를 대폭 까다롭게 변경하려 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법안을 통과시킬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아마도 가장 강력한 그룹일 종교계의 요청을 모른척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수년째 의견수렴만 하면서 지지부진입니다.
어느 분야보다도 거짓이 없어야 할 종교계에서의 가장 높은 거짓신청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선의로 해석할 여지도 있는 줄 압니다. 다소 느슨한 이민절차가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는지 모르고, 특히 교회에서 신분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례가 있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제가 아직까지 종교와 그 역할에 대해 (순진하게도) 기대하는 맘을 갖고 있어선지도 모르겠습니다.